준공건축물

JEJU·ARCHITECTURE·FESTIVAL

작성자 : 제주건축문화축제

등록일 : 2020.10.28
조회수 643
2020 준공건축물대상 심사평

 

 

제주, 지역성을 넘어서

 

 

2020 제주건축문화대상은 코비드19의 영향 때문인지 주거부문 15작품, 비주거 부문 5작품, 비교적 적은 수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예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이 대세다. 비주거 보다 일상의 삶을 담는 주거의 비중이 높아져 가는 흐름도 지속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심사위원들은 1차 심사를 통해 예비입상작을 선정했고, 9개 작품의 현장 심사로 상위입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을 진행 했다.

 

주거, 비주거 부문의 20개 출품작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중정건축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정의 기원은 기원전 3000년 중국과 이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로마에서는 아트리움이라고 불렀는데, 밀집된 환경에서 빛과 공기를 끌어들이는 주요 원천이었다. 제주에서의 중정은 주로 밀집지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빛 보다는 바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마침 현장심사일은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바람이 많은 날이었다. 제주의 돌담이 그렇듯 바람을 온전히 차단하지 않고, 오히려 맞서고 삶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제주 사람의 기질이 형식화된 것이 제주건축의 중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정을 이루는 벽은 바람을 막아서지만, 비켜서 지나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대상은 결국 다양한 유형의 중정들 중 의미와 구현 과정에서 가장 절제된 완성도를 보여준 주거 부문의 나지요네중정주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나지요네는 중첩된 우물정자 형상을 갖고 있는데 구심력과 원심력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내밀한 중정으로부터 외부로 확산되는 형태를 보여준다. 나지요네는 기하학적 형태가 이루는 질서와 잘 다루어진 재료, 구법, 그리고 절제된 삶의 형식이 일치되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주거 부문 본상에는 더 네스트선흘아이를 선정 하였다. ‘더 네스트는 세장한 대지에 중정을 품고 있는 벽돌타일 마감의 긴 상자를 제안하고 있다. 완숙한 느낌의 비례와 공간, 절제되었지만 따듯함을 잃지 않는 컬러와 재료의 사용이 돋보였다. 특히 동네 길에 면해 있는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테이크아웃 빵가게는 가로에서 활력을 만들어주며, 좋은 집의 역할을 일깨워준다. ‘선흘아이는 건축의 형태와 표면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수작이다. 수직패턴으로 인해 부드러워진 노출콘크리트 매쓰는 셑백된 기초 디테일로 인해 대지로부터 들어 올려진다. 삼각형 형태의 주거는 지붕 형태로도 연장되며 내부에서도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내밀함보다는 활력을 선택한 방향성이 지속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비주거 부문 본상에는 수애기 베이커리산노루를 선정하였다. 도우넛 형태와 직사각형의 조합으로 구성된 수애기 베이커리는 실내 매장과 프레임으로 구성된 외부공간 원형의 중정, 주방의 구성이 유기적이다. 외부와 더불어 내부의 거친 수직 패턴의 노출콘크리트 마감과 천장의 목재 루버 디테일은 형태구성, 조경과 더불어 수준 높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단열에는 의구심을 들게 했지만 상업공간에서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산노루는 느슨한 중정을 중심으로 단순한 3개의 직사각형 형태를 붉은 벽돌의 수준 높은 디테일로 풍부한 표면을 이루고 있다. 매장과 공장, 사무실, 주거의 복합적인 프로그램은 시설의 매력을 더해준다. 아쉬운 점은 건축의 패쇄적인 태도와 상투적인 조경으로 인해 애써 만든 중정의 가치가 반감됐다.

 

주거 부문 특선에는 더 스테어’ ‘HOUSE M’ ‘고산집을 선정 하였다. ‘더 스테어는 삼각형의 조형 세 개를 중첩한 형태로 계단을 따라 3 개 층을 올랐을 때의 경험이 특별하다. 내부공간이 역동적인 동시에 다소 산만하다. ‘HOUSE M’은 튼 자 중정에 단순한 2층 매쓰를 얹은 구성으로 질서와 맥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재료와 색상의 대비적인 구성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방해 요소다. ‘고산집은 제주의 전통가옥을 재해석한 주택이다. 그동안 전통가옥을 상업적으로 리모델링한 선례들이 많았는데, 주로 구조만 재생할 뿐 전통공간의 해석에 인색했다면 보다 신중하게 보존과 활용 사이의 균형을 이루었다. 외부 형태와 공간에서도 일부 재해석의 여지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비주거 부문 특선에는 카페 아오오가 선정 되었다. 스탠드식 중정과 상부의 전망 카페를 대비시킨 전형적인 형태구성이다. 소음을 줄여주는 한지공예 설치물과 미러기둥 등 감각적인 디테일 등은 훌륭했으나 유리상자와 하부 매쓰의 결합 디테일에는 다소 무심하다. 1층 후면 공간의 성격도 애매하다.

 

제주 건축문화대상에서 지역성의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식상한 주제일지 모른다. 올해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많은 출품작에서 지역성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확인된 만큼 향후 지역성을 넘어서 새로운 건축 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제주건축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지역성은 환경에 대응하는 집단이 만드는 사회적이며 물리적인 형식이다. 지역성의 구현은 추상적 보편성 위에 개별적 특수성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중정이 추상적 보편성의 언어라면 개별적 특수성은 각각의 작업에서의 다양한 유형으로 진화하고 보다 정교해지는데 있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에서 그 방향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장 솔토지빈건축 대표 조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