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건축물

JEJU·ARCHITECTURE·FESTIVAL

작성자 : 제주건축문화축제

등록일 : 2020.10.20
조회수 470
2019 준공건축물 대상 심사평

 


총 평

심사위원장 박 제 유 / 한국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 (주)제이유 건축사사무소

 

먼저 이번 심사의 경과를 말씀드리면, 올해 제주 건축문화 대상에는 주거부문 16작품 비주거부문 10작품 총 26작품이 심사대상이었습니다.

 

1차 예선에서 주거 9작품과 비주거 6작품이 통과되었고 본선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주거 5작품 비주거 5작품이 선정되어 이 작품들을 대상으로 현장심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현장심사 결과 대상 1작품, 우수상 부문별 각 1작품 그리고 특선 각 3작품씩 총 9개의 수상작을 선정하였는데 예년과 다름 점은 우수작이 수가 적어지고 특선이 많아진 점으로, 이는 전체적으로 수상작들의 수준이 높았음에도 특히 대상과 우수작 3작품이 기타 특선작에 비해 월등한 작품성을 보여 이를 차별화하기 위한 고민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총평으로는 즐겁고 행복한 심사였다고 무엇보다도 먼저 말씀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발견과 작품의 완성도를 보면서 심사위원 모두가 놀라움을 느꼈으며 많은 공부가 되었다는 점에서 공감하였습니다.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이 지역적 특성을 장점으로 만들어 새로움을 모색한 점이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건축에서 지역성과 장소성이 근대건축 이후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건축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전국의 어느 도시나 지역을 가도 차별성이 없고 비슷한 건축만 보이는 것이 아쉬운 현재에 여기 제주에서의 실험들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수상한 작품의 건축가들이 비교적 젊은 건축가들이었다는 점이 희망적이었습니다. 현재 세계 속에서 한국 건축의 위상을 볼 때 우리 젊은 건축가들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 건축의 앞날을 더욱 밝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들이 보여준 건축에의 진지함과 지칠 줄 모르는 열의, 그리고 작업의 완성도에 대한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대상 심사평

심사위원 이 상 대 / (주)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

 

작품명 : 제주도 세거리집

 

우리사회는 현재 가족의 분화라고 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있다. 이로 인해, 일인주거, 청년주거, 신혼주거 등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와 노년기에 접어든 황혼세대를 위한 주거에 대한 고민이 사회적 주요 관심사가 되어 지고 있다. 그런 중, 우리가 점점 주거의 논의에서 잊고 있던 삼대가 함께 살아가는 주거공동체에 대한 주제를 이곳 제주도에서 발견하였다.

삼대가 거실을 중심으로 함께 모여 살던 근대적 한국인의 가족공동체의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각 세대의 독립된 생활공간이 중시되면서,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어가고 있다고 보여 진다. 제주도 세거리집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삼대가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좋은 건축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1층에는 노부모의 주거공간, 어린 자녀들의 주거공간이 독립적 현관을 경계로 배치되어 있고, 2층에는 부부의 주거공간이 1층 자녀공간과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앞마당은 삼대가 같이 가족공동체로서 엮여 있음을 보여준다. 자녀의 거주공간과 부부의 거주공간 사이에 있는 수직적으로 열린 좁은 틈은 부부와 자녀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뒷마당의 텃밭, 자녀들 방에서 나갈 수 있는 테라스, 2층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옥상정원, 부부만의 독립된 옥상정원등 다양한 외부공간들이 간결한 주거공간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외부 공간구성의 특징적 모습 이외에도, 디테일한 가구와 독립된 주방공간들의 구성이 갖는 섬세한 고민의 흔적들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얼마나 많은 협의를 해서 만들었을 지, 그 노력의 모습들이 읽혀지는 것 같다.

외관은 현대적 모습을 갖추었지만, 앞마당과 뒷마당에 길게 내어진 처마는 전통적 주거공간의 툇마루처럼 내, 외부공간 사이에 존재하면서, 전통적 공간형식과도 연결되어 지고, 또한 삼대의 가족이 앞마당을 이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동함을 짐작케 한다.

앞마당은 어른의 눈높이보다 낮은 화단을 경계로 함으로써, 세거리집과 마을의 관계를 열린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

 

세거리집은 높은 건축적 완성도와 함께 현대적 경관과 삶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제주도에서 보여 지는 전통적 가족관계, 주거공간의 구성관계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으로써, 현 시점에서 지역성과 전통성이 어떻게 현대적인 삶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사례로서 보여진다. 이에, 제주도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건축인들이 같이 공유해야 할 작품으로 대상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우수상 심사평

심사위원 이 용 규 /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

 

작품명 : Studio A 11 (비주거 부문)


올래도시계획도로’, 하나는 사람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의 길이며, 하나는 유기적인 곡선의 형태를 지니며 다른 하나는 기능적 직선의 형태를 지닌 너무도 상반된 두 길. 작품은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길들이 만들어 내는 삼각형의 대지 위에 세워져 있다.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삼각형은 원래 건축에서는 미운 오리와도 같다. 건축비에 비해 그 쓰임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시공도 매우 어렵다. 토지 활용과 건축의 효율성을 위해 태어난 도시계획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계부에서는 수많은 기형의 삼각형 대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시계획도로의 북측 입면은 절제된 백색의 바탕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의 속도에서 작품은 도시의 배경이 된다. 올래의 남측 입면은 작은 삼각형을 형태적으로 더해 밝음과 그림자를 대비시킨다. 사람의 속도에서 작품은 마을의 표정이 된다.

 

삼각의 모듈은 구조, 공간, 가구까지 관통하며 유기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매우 솔직하고 기본에 충실하다.예각 모서리 부의 깊이를 달리하는 보이드(Void), 한라산의 안대(眼帶)를 고려한 개구부, 다양한 채광과 조명은 즐겁고 극적인 시퀀스(Sequence)를 만든다. 참으로 영리하고 감각적이다.

 

사막 속 사각의 평면에서 삼각의 입면을 만들고 빛과 그림자로 기하학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던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달리, 도심 속 삼각의 평면에서 사각의 입면을 만들고 건축 자체보다는 상업성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 오늘, 우리는 ‘Studio A 11’이라는 또 하나의 수작을 만나게 되었고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작품명 : 송당리 오름 품은 집 (주거 부문)

 

제주인에게 오름은 화전과 목축을 하고 지붕의 띠와 새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마을의 모태가 되었던 삶의 장소인 동시에, 죽은 자의 묘를 쓰고 제를 지낼 당()을 두는 죽어서 돌아갈 영혼의 안식처와 같은 장소이다.

 

작품은 아진 오름을 단서로 바라보고, 떠올릴 수 있도록 오름 기슭에 터를 잡고 북향의 좌향을 잡고 있다. 어쩌면 제주에서 건축할 때 향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터를 잡아야 하는 제주인에게 향보다는 바람길이, 잠시 머무는 객에게 향보다 조망이 우선했을 것이다. ‘오션 비유그린 비유보다 비싸게 치는 이유일 것이다.

 

전설 속 오름은 설문대할망이 치마 틈새로 한 줌씩 흘린 흙덩이가 쌓여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품은 아진 오름에서 시작된 땅의 모습을 내부에 나지막한 둔덕을 만들어 거실의 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름을 바라보고, 떠올리는 것이 머물지 않고 품고 있다 말하는 연유일 것이다.

 

육면체의 상자에서 시작한 형태는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기능을 완성하고 있다. 외피는 송판 노출과 적삼목을 사용해 동일 질감과 이질적 색채로 덜어낸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규명한다. 합판, 시멘트 그리고 그물, 작품에서 사용된 바닥 마감 재료는 좌식과 입식을 가구로 규정하지 않고도 사용자에게 적절한 사용법과 재미를 준다.

 

2층 가족실에는 가로로 긴 창이 성인 눈높이 보다 약간 높은 모호한 곳에 위치해 있다. 건축주는 방의 가장 뒤편에 서서 액자처럼 보이는 아진 오름이 조망할 수 있는 눈높이를 원했고, 결국 현장 시공에서 목업 테스트로 결정했다고 한다. 설계는 시공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건축주가 시공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건축사는 이것이 설계에 자신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집은 원래 설계하는 이, 짓는 이, 사는 이에 구분을 두지 않았다. ‘송당리 오름 품은 집은 살면서 만들고 만들면서 살아간다는 집의 당연한 축조 원리가 작동한 수작으로 우수상에 선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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